심리상태가 불안하고 근심 걱정이 많은 것은 현재에 집중하지 않고 늘 미래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은 좋은데 미래의 생각에 사로잡히면 불안해집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과 미래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건
차이가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사로잡힌다 할 때는 그것이 머릿속에서는 현재로 인식된다는 거예요. 그것이
마치 지금 일어나는 일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마음에서 불안, 초조, 근심, 걱정이 일어나는 겁니다. 과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기억이
일어나는 것은 괜찮아요. 그런데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히면 현재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괴로워집니다. 그러므로 미래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이나
과거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은 다 꿈속과 같습니다. 그것이 생각 속에서는 현재화된다는 거예요. 현재화된다는 것은 지금 일어나는 것과
동일시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소설을 읽으면서 또는 영화를 보며 울 때가 있지요? 남의 얘기를 듣고도 울 때가 있지요? 그럴 때 내가 감정에
사로잡히는 거예요. 그런데 감정에 완전히 사로잡혀 계속 울다가 어느 순간 내가 감정에 사로잡혔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눈에 눈물이 흘러도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않습니다. 생각이 과거에 사로잡히면 괴로움이 생기고 미래의 생각에 사로잡히면 근심, 걱정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우리는 미래를
생각하고 예측하고 설계하고 계획을 세웁니다. 이것은 근심, 걱정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것은 기획하고 생각한 것이지 거기 사로잡히지는 않는
것이지요.
어떤
일들을 늘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습관이에요. 어떤 사람은 늘 안 되는 쪽으로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늘 되는 쪽으로만 생각합니다. 그것도 하나의
사고의 습관이에요. 그래서 이쪽 저쪽 모두 벗어나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입니다. 상황에 빠지지 말고 한 발 떨어져서 볼 수 있을 때 우리가
현재에 깨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실제로 행해 봐야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 있고, 또 안 되면 왜 안 되는지도 알 수 있어요.
한
발 떨어져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한 훈련으로 나를 돌이켜보는 절도 해 보고, 실천 과제도 해 보고, 느낀 점도 함께 나누어 보면 좋습니다. 우리는
자기의 마음을 드러내는 데 굉장히 서툽니다. 부부지간에도 속으로만 자기 의도, 욕구만 있지 내 마음을 상대에게 가볍게 내놓는 것이 잘 안 돼요.
마음을 이렇게 가볍게 내놓으면 서로 간에 교감이 일어나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 그래서 이 마음 나누기라는 것은 서로의 관계를 굉장히 가깝게
만들고 똑같은 법문을 듣고도 ‘저 사람은 저렇게 듣네.’, ‘아, 저럴 수도 있구나.’, ‘저 사람은 자기를 저렇게 극복해 나가는구나.’ 이렇게
배울 게 많아요. 그래서 내 마음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돼요. 이렇게 도반들과 대화를 하면서 그 사람이 잘한 것은 나도 할 수 있어서 나에게
희망이 되고, 그 사람이 안 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우면서 내 안 되는 것에 대해 위안이 되는 거예요. 이렇게 해서 공부가 자꾸 진척이 됩니다.
-정토 법륜스님-